김수환추기경의 기도하는 손(펌)

김수환 추기경의 기도하는 손





일흔 넘은 누님이 마흔 갓 넘었을 때
왕십리 본당에서 첫 영성체를 하고
황금 모관에 모세목장을 짚으신 추기경님을 알았지



유난히 인중이 길고 눈빛은 그윽해
말씀은 결단코 질박(質朴)하고 성스러워
순교자도 추기경님한테서 성체를 모실거라 믿었지



명동이 한없이 엄숙하여 무섭기 조차 하던
유신말기 대학시절 정말로 다급해지면
김수환 추기경님을 꼭 한번 뵈어야지 했었지



올해 오월 내가 벌써 마흔 막바지가 되고
추기경님은 여든이 넘으셨을텐데
두메 꽃 피세정념길에서 그 분을 문득 뵈었다네



추기경님의 기도하는 손은 비둘기처럼
훌쩍 제천으로 날아와
가만히 두손 모으고 발 맛사지 침대에 누우셨다네



벨라도 형제 부르시며 내 손 잡아 주실 땐
앨버트 뒤러의 기도하는 손 보다
따습기만 해 덜컥 말문이 막혔네



간청할일 가슴 가득 차오르는데
추기경님 야윈 손 하도 가지런하여
가만히 손 거두고 혼자 깍지를 끼네

2005. 11. 3
청풍 공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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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방장 (2006. 08. 16)